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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 민주당에 등 돌린다”…경합주 조지아 한인 표심 조명

대선에서 남부 경합주 중 한 곳인 조지아주에서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 경제 문제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한인 유권자들의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7일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기는 하지만 이전보다 줄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경제 이슈에 집중하지 않을 경우 한인들의 민심 이탈로 조지아주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고 이 매체는 평가했다.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조지아주에서 1만2000표 정도의 격차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린 당시 대선에서는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 및 인종차별 문제가 중요한 이슈였으며 한국계도 다른 아시아계처럼 바이든 후보를 더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로 부르면서 사실상 아시아 혐오를 조장했기 때문이다.   조지아주의 경우 1980년대 후반부터 한인 유입이 본격화됐으며 2010년부터 2020년 사이에는 조지아주의 한인 인구가 두 배가 됐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조지아주 내에서 한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애틀랜타 인근 귀넷 카운티의 경우 한인 유입과 맞물려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최근 두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았다. 그러나 현재는 인플레이션 문제 등 경제 문제로 인해 민주당에 대한 한국계 유권자의 지지가 약화한 상태다.   귀넷 카운티 둘루스의 코리아타운에서 BBQ 식당을 운영하는 이성용씨는 이 매체에 “일부의 경우 거의 80%나 오르는 등 식재료값이 폭증했다”면서 “두 (트럼프 및 바이든) 정부 아래에서 연간 식당 운영 비용이 너무 달라졌다. 바이든 정부 때 경제에 대해 실망했다”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둘루스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신경옥씨는 “지금 경기가 좋지 않다”면서 아직 누구를 찍을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 쪽으로 다소 기울어진 상태이며 경제와 이민 등 2개 이슈를 집중적으로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미용실은 머리를 하려는 여성 손님들로 가득 차야 하는 평일 오후 시간대에도 텅 비어있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한인 유권자의 이런 표심은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아시아·하와이 원주민·태평양 제도 주민(AANHPI) 유권자 단체인 ‘APIA 보트(vote)’의 7월 조사를 보면 한국계 유권자의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2020년 51%에 올해 38%로 낮아졌다. 〈관계기사 6면〉   관련기사 "부통령후보 토론 후 해리스-트럼프 지지율 격차 좁혀져" ‘APIA 보트’가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와 공동으로 실시해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35%를 기록, 4~5월 27%에 비해 8%포인트가 높아졌다.   한인 유권자의 경우 민주당 및 공화당과 연결이 부족한 상태이며 이에 따라 단일 이슈에 따라 투표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민주당에는 불리한 요소다.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종원 씨는 “한국 사람들은 어느 정당으로부터도 정보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무당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영어의 ‘빵과 버터’(일상적으로 중요한 문제) 표현을 빌려 “문제는 어느 정당도 이른바 쌀과 국수 이슈인 아시아계만의 이슈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문자 그대로 쌀값이 오르고 있으며 수년 전에는 흔했던 5.99달러 점심 메뉴가 이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리스 대선캠프는 조지아주 한인 커뮤니티에서 경제 문제에만 집중하기보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종 차별 문제도 같이 부각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연합뉴스]한인 민주당 한인 유권자들 민주당 대통령 한인 유입

2024-10-07

해리스, 대통령 후보 공식 선출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59) 부통령이 지난 2일 공식 선출됐다.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제이미 해리슨 의장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온라인 실시한 호명투표 2일 차에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필요한 대의원표의 과반을 확보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미 대의원 99%(3923명)의 지지를 얻어 유일한 후보로 호명투표 후보로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5일 대선은 인도계 흑인 여성인 민주당의 해리스 부통령과, 백인 남성인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게 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흑인 여성이 미국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해리스 부통령이 처음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잠정적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자(presumptive Democratic nominee)가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에 따른 건강과 인지력 저하 논란 속에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한 지 12일 만에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할 민주당 대신 후보로 결정됐다. 인도계 모친과 자메이카계 부친 사이에서 태어난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로서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까지 올라간 뒤 연방 상원의원을 거쳐 2021년부터 부통령으로 재임해왔다.     >> 관계기사 2면 관련기사 해리스, 여기 지면 끝난다…美대선 최대 승부처로 뜬 '19표'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대통령 해리스 해리스 대통령 대통령 후보 민주당 대통령

2024-08-04

[기자의 눈] 정치인을 춤추게 하는 것은 유권자

정치인에게 세력은 연예인의 팬과 같은 존재다. 연예인이 두꺼운 팬층을 확보해야 인지도가 올라가듯 정치인도 세력을 키워야 자신의 소신을 펼칠 수 있다. 화려한 언변에 뛰어난 정책 기획력을 갖췄다고 해서 대번에 유력 정치인의 반열에 오르기는 어렵다. 세력은 정치인을 춤추게 하는 요소인 셈이다.   한 달 전 뉴욕타임스-시에나대의 대통령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6%포인트나 뒤졌다. 첫 TV 토론회에서의 실망과 트럼프 총격 피습 사건의 영향이 있었다. 더구나 갈수록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며 '어대트(어차피 대통령은 트럼프)' 분위기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기 전까지의 일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1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며, 해리스 부통령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리고 해리스 부통령은 같은 날 대선 출마를 발표했다. 지난 29일 뉴욕타임스-시에나대의 지지율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는 각각 47%와 48%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초접전 양상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어떻게 단시간에 트럼프를 바짝 추격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 인물론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흑인과 아시아계 여성, 트럼프에 비해 젊다는 차별성은 있지만 그의 정치적 성과에 대해서는 아직 부정적 여론이 많기 때문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급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민주당 세력의 결집이라고 생각한다. 후보 교체 여부를 두고 자중지란에 빠질 뻔 했던 민주당이 대선 승리라는 목표를 위해 똘똘 뭉쳐 해리스의 뒷배가 되어준 것이다.     지난 17일 AP통신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 65%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에 찬성했다. 여기에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 당내 유력 인사들도 후보 교체 주장에 가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후보 사퇴 필요성을 거론할 정도였다. 반면, 후보 교체 불가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 21일 ABC 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원 58%가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유지에 찬성하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결국 후보 교체라는 카드를 선택했다. 동시에 분위기도 급반전했다. 선거를 포기한 것 같았던 유력 인사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시작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까지 일제히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후원금도 빠르게 모였다. 해리스 부통령 캠프는 출마 선언 일주일 만에 약 2억 달러의 선거 자금을 모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3개월 치 모금액을 뛰어넘는 액수다. 정치인의 후원금은 세력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 가운데 하나다. 다만 빠르게 모인 후원금을 전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의 역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후보 교체에 따른 민주당의 모금력이고, 당의 결집력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전부터 컨벤션 효과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그 최대 수혜자는 당연히 해리스 부통령이다. 후보 교체 후 빠르게 결집한 민주당과 민주당 지지 세력이 해리스 부통령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그 덕분에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와 초접전을 벌이며 대선판을 흔드는 키맨이 되었다.     세력은 정치인을 춤추게 한다. 그럼 이런 세력의 시작은 어딜까? 바로 유권자다. 표가 모여 세력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결국 유력 정치인과 그의 세력을 만들어 주는 것은 유권자의 힘이다.     유권자가 세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그래서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현명한 투표가 중요하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설령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더라도 최악의 정치 세력이 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표를 행사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결국 정치인을 춤추게 하는 건 세력이 아닌 유권자다. 한인 유권자들이 11월 선거에 꼭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김경준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정치인 유권자 해리스 부통령 유력 정치인 민주당 대통령

2024-07-30

106일짜리 대선 판짜기…안갯속 대혼돈

조 바이든 대통령이 21일 재선 도전 포기를 선언함에 따라 106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판은 전격적으로 ‘리셋’됐다.   민주·공화 경선 결과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역대 최고령 후보간 리턴매치로 치러지는 것으로 지난 3월 일찌감치 결정됐던 대선 구도는 당분간 일대 혼돈의 안갯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민주당으로서는 혼란을 겪게 된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및 건강 저하 논란 등으로 밀리던 양상의 대선판을 다시 한번 흔들며 반전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공화당은 지난 18일 끝난 전당대회 때 트럼프 전 대통령과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을 정·부통령 후보로 확정한 바 있어 1차 관건은 바이든 대통령을 대체할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누가 결정될지 여부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과 지난 3년 반 동안 정권을 함께 이끌어온, 올해 59세인 해리스 부통령을 새 대통령 후보로 지지했다.   해리스 대통령 후보 카드는 정책의 연속성, 잔여 선거 후원금의 승계 등을 감안할 때 가장 당내 혼란이 작을 카드로 보인다.   인도계 흑인 여성인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될 경우 이번 대선은 사상 처음 흑인 여성과 백인 남성 간의 대결로 치러진다.   그렇게 된다면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로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층 사이에 건너기 어려운 간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인종·성별의 단층선이 더해지면서 역대 가장 격렬한 ‘분열’의 대선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해리스 부통령 역시 30%대 지지율에 그치고 있는 ‘인기 없는’ 바이든 정권의 한 축이자, 3년 반 동안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그나마 현직을 가진 민주당 잠룡 중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가장 나은 경쟁력을 보인 것으로 일부 조사에서 나타났지만 여러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크게 나은 경쟁력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민주당 내부에서 해리스 부통령뿐 아니라 다른 후보까지 아우르는 ‘오픈 컨벤션’(열린 전당대회)을 치러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여성인 그레첸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등이 제3의 대안으로 우선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아직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설 전국적 지명도나 정치적 영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출마 의사와 관계없이 이뤄진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진영 인사 중 유일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는 미셸 오바마(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의 행보도 관심을 모은다.   현재 민주당에게는 후보 선출과 관련해 ‘2개의 데드라인’이 있다. 그것은 오하이오주 주법에 의거해 오하이오주에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쳐야 하는 내달 7일(오하이오주에서 9월 1일로 일정을 조정했으나 민주당은 논란을 의식해 8월 7일을 데드라인으로 간주하고 있음)과 전당대회(시카고)가 열리기로 예정된 내달 19∼22일이다.   2개의 데드라인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만큼 해리스 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추대’하는 양상이 될지, 완전한 자유 경쟁으로 갈지는 이르면 이번 주중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민주당은 양 갈래 길에 섰다.   혼돈 속에 공화당에게 승기를 완전히 내줄 수도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고뇌에 찬 결단’을 부각하는 동시에 올해 78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설 젊은 새 지도자를 후보로 내세움으로써 ‘판’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트럼프 캠프는 일찌감치 바이든의 ‘대타’ 등장 가능성에 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측근들은 공화당 전당대회 최종일인 지난 18일 민주당 ‘잠룡’들의 스캔들 유무 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한 바 있다.안갯속 대혼돈 민주당 대통령 대통령 후보 해리스 대통령

2024-07-21

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 2024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미국의 전당대회는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다. 전국에서 모인 대의원들이 모여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자당 후보를 확정하는 절차가 하이라이트다. 뿐만 아니라 자당이 주요 의제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과 이념을 홍보하는데 미디어의 관심이 쏠리는 전당대회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고 봐야 한다.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2004년 버락 오바마 당시 일리노이 연방 상원의원이 보스턴에서 했던 ‘담대한 희망’을 주제로 한 연설이 떠오른다. 이 연설로 40대 일리노이 정치인에 불과했던 오바마가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라이징 스타로 발돋움했다. 4년 뒤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던 덴버 전당대회에서는 미쉘 오바마가 연설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됐던 2020년 민주당 전당대회는 위스콘신주 밀워키서 열렸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로 대부분의 행사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이런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 열리는 이벤트성 행사가 사라졌다. 4년 뒤인 2024년 8월에 열릴 예정인 민주당 전당대회는 시카고에서 열리게 됐다.   당장 시카고와 일리노이에는 호재다. 최대 5만명으로 추산되는 타 주 참가자들의 숫자가 적지 않은 것이 가장 크다. 이들은 내년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으로부터 시카고로 몰려오게 된다. 다운타운 주위에 위치한 30개 호텔에 나뉘어서 숙박하게 되고 시카고 불스와 블랙혹스의 홈 구장인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리는 전당대회 주요 행사에 참석한다. TV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각 주의 이름이 적힌 막대 표시판 옆에서 연설에 환호하는 모습이 보이는 곳이 유나이티드 센터가 되는 것이다. 또 맥코믹 플레이스에서도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다. 민주당이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될 대통령 후보 선정 과정을 거치면 11월 선거에 출마할 자당 후보가 이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확정된다.    사실 시카고가 전당대회 유치를 위해 뛰었던 뉴욕과 애틀란타, 휴스턴 등을 제치고 내년 행사를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리노이가 민주당의 DNA를 그대로 담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 도시였던 애틀란타의 경우 노조가 조직된 전당대회용 호텔이 단 3개에 불과했던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 것과 대조된다. 강력한 노조를 바탕으로 중산층을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적, 사회적 복지를 확대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노력과는 배치되는 일이다.   만약 이런 도시에 민주당의 전당대회가 열렸다면 자칫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일이다. 살상용 무기를 금지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하며 낙태권을 확보하는 등 민주당의 주요 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이 일리노이다.     이밖에도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달성해야 하는 현실적인 목표도 시카고 전당대회 유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즉 일리노이와 위스컨신, 미네소타, 미시간 등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중서부의 파란 벽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이 있다.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 곳에서 승리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제치고 당선될 수 있었고 2022년 중간선거에서도 현역 민주당 주지사들이 모두 재선에 성공하면서 파란 벽이 두터워졌다. 이 파란 벽이 내년에도 버텨줘야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고 그 중심인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실 일리노이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확고한 우세지역이기에 스윙 스테이트인 조지아에 비하면 이미 내 지역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리노이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키로 한 것은 민주당의 아성이며 전당대회를 개최하기 유리한 각종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것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아울러 시카고에서는 이미 다수의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1832년부터 민주당 11회, 공화당 14회의 전당대회가 윈디 시티에서 열렸다. 1860년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을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한 전당대회 역시 시카고 다운타운 레익과 웨커길이 만나는 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시카고가 가장 최근에 민주당 전당대회를 개최한 때는 1996년이었는데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재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는 시카고에서 태어나고 파크릿지에서 자란 힐러리 클린턴이 있었고 당시 전당대회 유치 도시를 선정하는 전국민주당위원장이 시카고 출신이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었다고 한다.   시카고에서 열린 전당대회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적은 1968년이었다. 당시 한창이던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면서 시카고 다운타운 일대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고 이를 소재로 한 ‘The Trial of the Chicago 7’이라는 영화가 만들어 지기도 했다. 이 영화는 베트남전 연장에 반대하는 시위대에게 내란죄를 적용하고자 하는 사법당국의 음모를 담고 있다.     전당대회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주요 절차다. 대통령 후보 선출과 주요 정강 정책이 발표되거나 추진되는 곳이 바로 전당대회를 통해서기 때문이다. 시카고에서 모처럼 대형 행사가 치러지는 만큼 일리노이가 대표하는 민주당의 주요 정책도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일반 주민들의 생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Nathan Park 기자시사분석 전당대회 민주당 전당대회 시카고 전당대회 민주당 대통령

2023-04-13

[삶의 뜨락에서] 현명한 말

 삼국지의 제일 백미는 적벽대전일 것입니다. 백만대군이라고 허풍을 떨며 30만 대군을 수륙 양쪽으로 진군해오는 조조 군을 유비는 대항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때 유비의 책사 제갈량이 자기가 동오 손권에게 가서 조조의 싸움이 손권과의 싸움이 되도록 유인하겠다고 나섭니다. 동오로 온 제갈량을 대하는 동오의 대신들은 제갈량을 죽여야 한다고 야단이었습니다. 더욱이 도독 주유는 제갈량을 죽이려고 여러모로 애를 썼습니다. 이것을 제갈량은 좋은 말로 막아냅니다. 나중에는 동작부라는 시를 읊어 조조가 동작대라는 큰 정자를 세우고 강동의 이교(소교·대교)를 데려다가 술을 따르게 하겠다는 의미의 시를 읊습니다. 대교는 손책의 부인이고 소교는 주유의 부인입니다. 이에 격분한 주유도 전쟁파로 돌아서서 적벽대전을 일으켜 조조를 대패시킵니다. 한 사람의 세객이 유비를 살리고 동오가 승전하도록 역사를 만듭니다.     어떤 왕이 연회를 베풀었는데 잔치에서 광대가 춤을 추다가 옷자락이 걸려 왕이 애지중지하는 도자기를 떨어뜨려 깨집니다. 왕은 대노하여 저 광대를 사형에 처하라고 명령을 합니다. 그리고 밤에 가만히 생각하니 자기가 좀 너무했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번 내린 명령을 철회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너는 죽어 마땅하지만 오랫동안 궁궐에서 봉사한 정의를 보아서 너에게 죽음의 방법을 허락하니 네가 어떻게 죽을지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이 광대는 생각하다가 “성은이 망극하여이다. 허락해 주신다면 소인은 늙어 자리에 누워 죽고 싶습니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왕은 자기가 한 말을 되담을 수 없어 “그래 네가 늙어 죽게 하라”고 석방을 했다고 합니다. 참 현명한 말입니다.     지금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가들은 말을 할 줄 모릅니다. 직선적이고 공격적이고 품위가 없는 말을 막 쏟아냅니다. 오래전에 처칠이 국회의 출석 때마다 늦게 참석했습니다. 야당의 국회의원이 공격하자 웃으면서 “당신들도 이쁜 여자와 같이 살아 보세요. 이쁜 부인과 같이 살면 늦게 일어나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라고 대답하여 공격하던 의원도 웃어버렸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레이건 대통령이 유머 섞인 말로 대답을 잘했습니다. 먼데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레이건 대통령이 나이가 많다고 공격하니까 “오, 또 나이 타령이네. 당신도 곧 내 나이가 된다니까”라며 흘려 버렸습니다. 그 선거에서는 먼데일 출신의 미네소타만 빼놓고 전국에서 레이건이 승리했습니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도 트럼프가 온화한 말투로 대응했으면 이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어디서나 공격적인 말투로 기자들과 싸우고 심지어 공화당 상원의원과도 싸우니 적이 많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여기저기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유머러스하고 온화한 말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고 그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흙탕물이 튀기는 싸움만 할 뿐입니다.그리고 정치인들도 많이 사용하는 SNS에도 가혹하게 물어뜯는 싸움이 계속될 뿐입니다. 그러니 한국의 사회는 그야말로 싸움판이지 정치의 협상이나 타협은 없는 흑백전만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은 머리가 좋다고 합니다. 그런 좋은 머리로 레이건이나 처칠 같이 유머러스한 부드러운 대화를 끌어낼 수가 없을까요. 이용해 / 수필가삶의 뜨락에서 레이건 대통령 대통령 선거 민주당 대통령

2022-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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